[12·3 비상계엄 3개월 경제 영향] 환율 폭등·주가 폭락… 경기 침체 ‘직격탄’
12·3 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 경제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소비자 구매 심리는 얼어붙으며 지갑은 굳게 닫혔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 수준으로 돌아섰다. 외국인 관광객도 감소했다.
경남지역 지자체, 민간 경제단체들은 비상계엄 여파를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자체는 예산 조기 집행에 총력을 기울였고 소비 진작 운동이 전방위로 확대됐다. 오는 13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비상계엄 여파가 주요 경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올해 경제 전망을 제시해본다.

금융·외환시장 불안 가중
환율 2년 1개월 새 최고수준 돌파
12월 4~9일 주식 총액 144조 증발
저성장 국면, 트럼프 정부 출범
대외 불확실성, 건설투자 등 감소
관세 인상 정책에 다방면 타격 우려
경남 내수 활성화 안간힘
예비비 긴급투입 지역상품권 지원
선결제 운동 등 소비 진작 캠페인
◇환율 급등·주가 급락=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계엄령 이후 지난해 12월 4일 자정께에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44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2년 1개월 사이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에는 비트코인은 35% 이상 떨어졌다가 회복하기도 했다.
주가는 첫 탄핵 소추 무산 때 더 크게 변동했다. 계엄령 발동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코스피는 -1.4%, 코스닥 -2.0% 감소에 머물렀으나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된 다음 거래일인 9일에는 폭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2360.58에 마감하며 2023년 11월 3일(2351.83)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인 대비 5.19% 내린 627.01에 장을 마감,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4~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144조원이 증발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은 다소 이어졌다. 코스피는 탄핵안 가결 다음 거래일인 12월 16일부터 연말까지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강달러 영향이 더해져 환율 변동성도 지속됐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령 전날 1401.3원에서 지난해 연말에는 1472.5원까지 올라 5.1% 상승했다.

이 같은 변동성 방어에 한국은행은 안간힘을 썼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47조6000억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했다. RP 매입은 주로 유동성을 단기에 시장에 투입할 때 사용된다. 2020년 전체 RP 매입은 42조3000억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한 해 전체 RP 매입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매입이 더 큰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 때문에 올해 성장률을 최근 0.2p 낮춰 추정했다. 이 줄어든 규모가 GDP로 따졌을 때 6조3010억원에 이른다는 해석이 나오며 ‘계엄 청구서’라는 비판도 일기도 했다.
◇문제는 실물경제= 금융, 외환시장은 올해 들어 변동성이 줄었으나 실물경제는 상황이 달랐다.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되자 경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와 도내 경제단체들은 캠페인을 벌이며 내수 진작에 안간힘을 썼다. 통계청의 통계 속보 시스템인 나우캐스트 자료에 따르면 계엄령이 내려졌던 주인 지난해 12월 6일 기준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주 대비 26.3% 감소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기업들의 경기 인식도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지난해 12월에 도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월 경기전망은 전월 대비 5.4p, 전년 동월 대비 4.1p 각각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2020년 10월 업황전망(71.0) 이후 5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경기 전반으로 악화 조짐이 나타나자 경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와 유관기관, 경제단체 등에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남도는 민생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경남사랑상품권 300억원,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900억원 지원에 나섰다. 또 창원시 등 도내 시군들도 긴급 자금을 지역 경제에 수혈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자금을 3520억원 증액하기도 했다.
소비 진작 캠페인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창원지역 경제단체와 협력해 선결제 운동을 지역사회에 독려하기도 했다. 선결제 운동은 지자체, 기업들에게도 퍼졌다.

경남벤처기업협회가 창원 상남시장에서 소비 진작 캠페인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저성장 가시화… 또 다른 폭풍 트럼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가 급변하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이는 3개월 전 전망 대비 0.4%p 하락한 것이다. KDI는 최근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마저 조정되면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침체와 서비스업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증가세마저 둔화하면서 성장 동력이 주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문별로 보면 소비는 경기 상황에 비해 높은 금리가 지속되고,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더해지면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 경우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0%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2.1%)보다 소폭 낮다. 건설투자는 누적된 수주 부진 영향이 지속되면서 1.2%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인 -0.7%보다 감소율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수출은 통상환경 악화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품 수출 전망치는 종전 1.9%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 경상수지 흑자 폭 전망치도 930억 달러에서 897억 달러로 내렸다.
저성장 국면이 가시화될 가운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경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 키워드는 △관세 상승 △감세 △이민자 통제 강화 등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이 중 관세는 우리에게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요소다. 정부와 정치권, 민간 등 다방면에서 미국과 협상 시도를 하고 있지만 우리 행정부 수장이 대행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협상 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KDI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경우 대내외 투자 수요가 축소되고 우리 수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대내적으로는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경우 내수 개선이 제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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