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제조업도 채용 줄어… 취업 한파에 떠는 경남 청년들
부동산 경기침체에 건설 일자리 급감
작년 청년 취업자 전년비 10% 감소
기업 61% “상반기 계획 없거나 미정”
“제가 일할 수 있을까요.”
진유하(26)씨는 도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몇 차례 취업 시험에서 낙방했다. 그는 졸업 후 2년간 중소기업에 다닌 뒤 퇴사해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창원 지역 중견기업 취업을 원하지만, 채용 공고 자체가 뜨지 않아 신입사원 자리가 있는 곳은 다 제출하는 중이다”며 “공대 출신 친구들도 취업이 어렵다고 할 정도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남 지역 고용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4학제 대학에 재학 중인 도내 한 대학생은 최근 은행권 입사 시험에 떨어진 뒤 휴식을 선택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실패 후 사기업으로 전환했다. 인문 계열 전공이라 토익 성적, 컴퓨터 활용 능력 등 많이 준비했지만, 쉽지 않다”며 “인턴부터 시작할 수 있는 취업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 한파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창원의 한 대학교 채용 정보 게시판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성승건 기자/
대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대학들조차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도내 한 대학의 취업처 관계자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특히 건설업과 관련된 일자리는 많이 감소했다”며 “경남의 일자리는 제조업, 조선업 등 위주인데 이쪽마저도 신규 채용이 감소해 상담을 받는 대학생들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채용이라는 게 기업의 수요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 대학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8.9%가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했다.
10곳 중 6곳(61.1%)은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채용 계획 미정’은 41.3%, ‘채용 계획 없음’은 19.8%였다.
‘채용 계획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경우 전년 동기(37.4%)보다 3.9%p 늘었으며, 계획이 없는 기업은 전년 동기(17.1%) 대비 2.7%p 증가했다.
경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청년층 취업난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청년층 취업자는 15만9000명으로 전년도 17만8000명보다 10.6%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63만2000명으로 전년(58만9000명)보다 7.3%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청년층 취업자가 전년보다 21만7000명 감소해 2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쉬었음 청년 수는 전국에서 43만4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40만3000명) 대비 보다 3만1000명 늘어난 수치이다.
쉬었음 청년은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청년층(15~29세)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8000명 감소했다.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4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용률 기준으로도 44.8%에 그치며 1.5%p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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