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김시탁의 전원산책] (13) 하동 청학동 배달성전 삼성궁
눈 맞춘 순간, 하얀 동심이 내린다
하동 청학동 출신 한풀선사가
1983년 고조선 옛 소도 복원
환인·환웅·단군 모신 배달성전
1500개 ‘원력솟대’ 우뚝
삼신궁·용신궁 등 구성된 선국
검달·배달길 ‘산책로’로 이어져
창세의 여신 ‘마고’ 세운 마고성
제천단 보이는 신궁못 등 눈길
경남 하동군 지리산 청학동 해발 850m 자락에 신선이 사는 나라, 신국 삼성궁을 아시는가.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고 고조선의 소도를 복원하기 위하여 조성한 신국 삼성궁을 방문해 보셨는가.
그곳에는 우리 조상의 시조인 환인, 환웅, 단군 세 성인을 모신 사당과 옛 마고성의 전설과 단군의 신화가 있다. 또한 그곳엔 평생을 바쳐 돌탑을 쌓고 100만 평의 대지에 그림을 그리고 조각과 조형물을 설치한 뛰어난 한 아티스트의 집념이 일군 기적이 있다.
잔설이 남아 설경이 아름다운 삼성궁의 겨울 풍경 속에서 전설과 신화와 기적을 만나고 싶으면 삼성궁으로 가시라. 무기력한 하루를 맛깔스럽게 비벼 먹고 영혼의 살이 찌는 그곳에 가면 일상과 잡념은 사라지고 그대도 신선이 된다.

이국적인 관광지로 성벽처럼 쌓여 있는 돌탑으로 유명한 하동 삼성궁.

◇담채색 풍경 속으로 떠나는 겨울 여행= 요즘같이 시국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뒤숭숭할 때는 잠시 일상을 떠나 여행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켜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겨울 여행은 번잡하지 않은 고요가 주는 매력이 있고 혼자 떠나도 고독이 따라다녀서 내면과의 대화나 성찰이 가능하다. 너무 멀지 않고 가깝지도 않은, 승용차로 두어 시간 거리에 크게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색다른 분위기에 젖어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니 마음에 들어오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그게 바로 삼성궁이다. 삼성궁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국적인 관광지로 성벽처럼 쌓여 있는 돌탑으로 유명하다. 이름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았겠지만 겨울철에 방문하면 눈을 만날 행운을 얻거나 잔설에 덮인 삼성궁의 설경을 볼 수도 있다. 필자는 현지인이 전해온 정보를 통해 눈에 덮인 삼성궁을 만날 수 있었다.

돌탑이 있는 삼성궁의 설경

삼성궁에 쌓여 있는 3333개 돌탑.
◇하동호와 청학동 가는 길=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에 있는 삼성궁은 창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섬진강을 건넌 후 청학로로 접어들면 두 시간 못 미쳐 당도한다. 가는 도중 하동포구 섬진강을 눈에 넣을 수 있고 겨울산과 나무들을 품은 하동호를 바라보며 잘 설치된 트레일로 바람을 동반해 걸어볼 수도 있다. 하동호를 지나 청학동으로 가는 길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하고 아름답다. 봄에는 벚꽃에 넋을 잃고 여름엔 푸른 가로수 터널을 지나며 녹색의 피를 수혈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가을엔 패션쇼를 보는 듯 화려한 단풍에 매료되고 겨울엔 잎들을 떨구어낸 나목의 앙상한 가지들이 담채화 같은 풍경으로 펼쳐져 이목을 끈다. 목적지를 삼성궁으로 잡더라도 주위로 시선을 돌려보면 둘러볼 곳이 많으므로 가급적 하루의 시간을 통째로 비워서 가면 채워 올 것들이 많아 좋을 듯하다. 마음이 건조해서 발길마저 굳을 때는 눈 내린 삼성궁의 설경에 빠져 눈길에 마음이 미끄러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삼성궁 설경
◇신령한 기운이 감지되는 삼성궁= 삼성궁의 정확한 명칭은 배달성전 삼성궁으로 국립공원의 청학동 서쪽 능선 너머 해발 850m의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고장 출신 강민주 선생(한풀선사)이 수행자들과 함께 1983년부터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고자 고조선의 소도를 복원하고 신선이 사는 나라라는 의미로 선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삼성궁에는 약 80억 개의 돌로 1500개의 원력 솟대와 3333개의 돌탑이 쌓여 있다. 기계 장비도 없이 그 방대한 규모의 돌탑을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쌓았다는 것이 실제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아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성벽과 돌탑들은 지리산 능선과 청정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마고성, 삼성궁, 삼신궁, 삼선궁, 용신궁, 신시로 구성된 선국은 ‘신령하고 신성하다는 뜻의 검달길과 ‘밝은 땅’이라는 뜻의 배달길로 이어져 관람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마고성 검달길. 마고성은 신라시대 박제상의 ‘부도지’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지역으로, 창세의 여신인 마고를 모시는 곳이다.
◇돌을 파낸 곳에 연못이 되다= 삼성궁에 있는 돌탑은 맷돌과 절구통을 제외하면 모두 현지에 있는 돌인데 산에 있는 돌을 활용하고 땅속에 묻힌 돌을 파내어 성을 쌓았다. 돌을 파낸 곳은 땅이 움푹 파이면서 물이 고이게 되고 물이 고인 그 자리가 자연스럽게 연못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삼성궁에는 돌을 파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연못이 여러 개 있었다. 연못은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을 잔뜩 채운 채 눈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었으며 당분간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연못이 얼어 있다고 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자칫 얼음이 깨질 경우 수심을 모르는 상태에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못에 돌을 던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없다면 그곳이 연못인지도 모를 정도로 연못은 꽁꽁 얼어붙어 눈 속에 숨어 있었다. 얼음이 얼지 않은 연못으로 돌을 던지면 물이 받겠지만 얼어붙은 연못에 돌을 던지면 튕겨 난다. 어느 곳이든 돌을 던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돌지붕 너머로 펼쳐진 겨울 풍경
◇전설의 마고성= 전설에 의하면 BC 7만378년에 지금의 파미르고원에 자리 잡고 있던 성곽도시에 삼베옷을 입은 신선 같은 여성이 출연하여 일단의 무리들을 다스리기 시작하니 그 여성의 이름이 마고이고 그 성이 마고성이라 한다. 성곽에 사는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일정한 규율을 만들어 모두가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또한 마고성은 기후가 온화하고 마실 것과 먹을 것이 풍성하였다고 한다. 이들의 주류집단이 지금의 동북아시아로 이주하여 한민족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돌들의 창에는 다양한 표정의 조각상이 놓여 있다. 마고성 후미로 삼성궁 안내 표지를 따라 올라가면 제천당 앞에 다다르는데 제천당 앞 바위에 원과 삼각형 사각형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원은 하늘이고 삼각형은 사람 그리고 사각형은 땅을 의미한다. 제천단에서 내려다보는 신궁못이 그림처럼 아름답다지만 겨울철엔 얼음이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여 있어 청정 물속과 유영하는 잉어 떼를 볼 수 없어 아쉽다.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고 수행하는 곳인 건국전 사당.
◇세 성인을 모신 사당 건국전= 삼성궁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독특하고 이색적인 외관에 이끌려 매혹되지만 삼성궁의 진짜 면목은 우리 민족의 시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고 수행하는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잇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 아닐까 한다. 삼성궁 대부분 지역이 탐방로로 이어지고 탐방객들의 발길을 허락하지만 택견 같은 민족무예나 선도를 수행하는 일부 구간 또는 지역은 출입이 통제된다. 대나무나 새끼줄로 만든 금줄이 쳐져 있거나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건국전 세 성인을 모신 사당은 늘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가 가능하다. 건국전은 마고성에서 검달길을 통해 삼성궁 영역에 이르면 좌측 상단에 있는 독특한 팔각형의 목조건물이다.

팔각지붕의 독특한 목재건물 건국전
◇삼성궁의 설경= 입춘 추위가 이어지며 남쪽 지방에도 귀한 눈이 내렸는데 해발 850m의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삼성궁은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필자가 찾은 날에도 눈발이 휘날렸다. 탐방로 눈은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로 눈을 치운 곳도 있고 그냥 방치한 곳도 있었는데 얼음이 얼어붙어 빙판이 된 곳도 있었다. 야자수 매트를 깔거나 잘 정리된 탐방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거닐 수 있지만 비포장 상태라서 등산이나 트레킹에 적합한 신발을 신고 조심스럽게 걷는 게 좋다. 특히 마고성에서 삼성궁으로 가는 검달길은 완만한 경사가 있고 눈이 녹았다가 얼어붙어 미끄럽다. 사시사철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삼성궁은 겨울철엔 아무래도 설경에 매료된다. 다물전 앞에서 내려다보는 아사달과 거북못 그리고 풍류정의 모습은 신이 그린 한 폭의 그림 같다. 담채색 돌담과 돌탑 위에 하얗게 쌓인 솜사탕 같은 눈을 배경으로 걸어 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은 눈발 날리는 흐린 날씨와는 상반되게 밝다. 누가 만들었는지 못생긴 눈사람 하나가 눈길가에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중년 사내가 양팔이라고 나뭇가지 두 개를 꽂았는데 여전히 못생겼다.

눈 덮인 거북못.
◇연중무휴 삼성궁 관람= 삼성궁은 연중무휴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이다.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삼성궁을 돌아보면 단언하건대 그 마음은 완전히 사라진다. 주중에는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지만 공휴일엔 불가하다. 주차장에 내리면 바로 날개를 활짝 편 학 모양의 독특한 조형 건물이 있는데, 1층에는 청학동 장터로 기념품 매장과 걸쭉한 막걸리와 솥뚜껑에 부친 해물파전을 맛볼 수 있다. 2층 마고 카페에서는 차를 마시며 테라스 쪽으로 나와 돌 지붕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겨울 숲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찾을 때마다 신령한 기운을 느끼며 방전된 삶이 충전되는 듯한 삼성궁은 말 그대로 신국이다. 신비롭고 기묘하고 신성한 기운이 감지되는 신선이 사는 나라 신국 삼성궁은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볼거리가 충분하지만 특히 설경이 펼쳐진 겨울 여행도 잊을 수 없는 백미다.

삼성궁 설경과 눈길
◇아티스트 한풀선사 강민주 선생= 외모가 범상치 않은 삼성궁의 설립자 한풀선사 강민주 선생은 1983년 지리산 자락에 고조선 삼한시대의 신성한 장소 ‘소도’를 재현하기 위해 삼성궁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한풀선사를 직접 뵙고 인터뷰할 생각이었지만 외유 중이었다. 미리 전화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방송에서 이 방대한 걸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한풀선사가 한 답변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에게는 가장 강한 두 개의 기가 있는데 바로 죽기 살기란다. 죽기 살기로 만들었으니 가능했다는 얘기다. 한풀선사는 우리나라가 우리 뿌리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 뿌리를 가르치기 위해 민족 성전을 일구었다고 한다. 또한 본인의 예술세계를 펼치듯 100만 평이 넘는 땅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일반 화가가 그림을 그리면 액자나 표구나 병풍이 되지만 그는 이렇게 대지에다가 그림을 그린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조형물과 건축물을 설치하고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언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풀선사를 대면해 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산중 검무와 천담 춤에도 넋을 잃어보고 싶다.
김시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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