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신덕왕후 첫 만남 ‘갈마정 설화’ 추정 우물, 진주서 발견

조현신 의원 “축조방식 확인 필요

문화유산 지정 땐 관광자원 기대”

기사입력 : 2025-02-19 20:10:13

진주에서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첫 만남을 담은 ‘갈마정(渴馬井)’ 설화가 실체적인 형태로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조현신(진주3·국민의힘) 도의원은 ‘버들잎을 띄운 우물물’로 널리 알려진 ‘갈마정’ 추정 우물이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 월아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청곡사 진입 옛길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설화 속 갈마정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훗날 조선 최초의 국모가 되는 신덕왕후 강씨를 처음 만난 곳으로, ‘버들잎을 띄운 우물물’을 마신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주 청곡사 진입 옛길에서 발견된 ‘갈마정’ 추정 우물./조현신 의원/
진주 청곡사 진입 옛길에서 발견된 ‘갈마정’ 추정 우물./조현신 의원/

버들잎 설화는 태조 이성계가 호랑이 사냥길에서 우물을 발견하고 마침 그곳에 있던 아리따운 처녀에게 물을 청했는데, 물에 버들잎을 띄워 급히 마시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한 처녀에게 탄복하여 아내로 맞이해 신덕왕후로 봉했다는 설화다.

청곡사에 봉안돼 있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홍무 30년 청곡사명 청동은입사 향완’이 설화를 뒷받침해준다.

이 향완은 태조 이성계가 신덕왕후 사후 1년이 지난 1397년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제작해 청곡사에 봉안한 것으로, 향완에는 진주(당시 진양대도호부)가 신덕왕후의 ‘본향’이며 청곡사가 ‘원찰’이라고 명기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곡사 향완(조선 1397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곡사 향완(조선 1397년).

원찰은 사찰의 창건주가 자신의 소원을 빌거나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건축물을 뜻한다. 신덕왕후의 어머니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진주지역 대표 호족인 강씨 집안으로, 진주 거찰(巨刹)이었던 청곡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신덕왕후를 아내로 맞은 이성계는 태조 1년에 바로 ‘진주목’을 ‘진양대도호부’로 승격시켰다.

이번에 발견된 우물은 청곡사 사역에 들어가는 입구이자 문산으로 가는 옛길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물 주변에서 오랜 기간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던 고씨 일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선시대부터 마을의 우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영규 갈전마을 이장은 “조상들이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고 알고 있고, 조선시대부터 이 우물을 사용했다는 선조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말했다.

청곡사 주지스님인 성공스님은 “청곡사 향완으로 신덕왕후의 원찰이라는 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신덕왕후가 버들잎을 띄운 물을 떠주며 이성계와 처음 만났다는 갈마정 신화 속 우물로 보이는 곳을 확인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진주에서는 아주 오래된 설화였고, 지금까지 설화로만 이어져 왔으나 그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일한 형태인 우물을 발견했다”면서 “고증이나 안전 문제를 위해 우물 둘레를 파고 축조방식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우물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조선 건국의 국부와 국모 간 스토리텔링으로 진주뿐 아니라 경남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


  • -----test_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