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피해 커지는 남해안 고수온] ‘끓는 바다’ 올해도 불 보듯… 견뎌낼 어종 발굴하라
경남 영향과 대응책
작년 바다 평균 표층 수온 역대 최고치
경남지역 62일간 고수온특보 피해 급증
어가 피해액 659억2200만원…3년 전 5배
진동미더덕 생산량 급감에 축제도 취소
도 양식어류 면역증강제·예방백신 공급
재해보험 지원 늘려 어민 자부담 줄여야
중장기적 아열대·육종 품종 개발 노력을
지난해 여름은 역대급,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한 해였다. 전국적으로 온열질환과 전력난, 가축과 농작물 피해가 이어졌으나 경남에서는 유독 바다가 뜨거웠고 그만큼 피해도 속출했다. 어민들이 애써 키운 우럭은 양식장 수면 위로 허연 배를 드러내고 떠올랐고, 멍게는 깊숙한 바다에서도 녹아내렸다.
이상기온은 계속되고 바다는 계속해서 뜨거워진다. 올해도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 경남의 고수온 피해와 그 영향을 짚어보고, 올해 다시 반복될 것으로 우려되는 고수온 피해에 대한 대응책을 살펴본다.

거제시 한 가두리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 /경남신문DB/
◇뜨거워지는 바다… 늘어나는 피해= 지난해 우리나라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과학조사선과 인공위성에서 관측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바다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1968~2024년)간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2023년의 18.09℃보다 0.65℃ 상승한 수준이다. 모든 해역에서 역대 최고 수온을 기록했고, 남해는 20.26℃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 수온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탓에 여러 어종과 수산물이 자라는 바닷속 역시 뜨거워졌다. 지난해 경남의 고수온 특보는 62일간이나 지속됐다. 고수온 특보는 지난해 7월 11일 사천·강진만 예비특보를 시작으로 8월 2일 진해만 해역 주의보 상향, 8월 19일 도내 전 해역 경보 확대로 이어졌다.
경남의 고수온 피해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1년 213곳이던 피해 어가는 2023년 322곳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925곳으로 급증했다. 어가의 피해 금액도 2021년 116억5900만원에서 2023년 207억2200만원, 지난해 659억2200만원까지 늘었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피해 어가 규모는 4배 이상 늘고 피해액은 약 5배나 늘어난 수치다.
피해 어종도 다양해지면서 그 규모도 커졌다. 2021년 고수온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어류 1042만7000마리, 멍게 269줄이던 것이 2023년 어류 1466만6000마리, 멍게 1376줄로 늘었다. 고수온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해는 어류가 2396만9000마리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멍게(4194줄) 외에 전복(94만2000마리), 굴(6253줄), 홍합(1790줄), 미더덕(428줄) 등으로 양식 수산물 피해 종류도 늘었다.

◇고수온 피해, 어민부터 상인·지역축제까지 번져= 피해는 어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수온에 의한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오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과 구매자에게로 이어진다. 지난해 8월 폭염 영향으로 평균 해수면 온도가 전어의 적정 수온대보다 높아지면서 전어는 어획량이 감소하고 값이 폭등해 이후엔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전어는 14~27℃ 사이 수온대에서 서식한다. 하지만 지난 8월 폭염 영향으로 평균 해수면 온도가 28.3℃를 기록하면서 전어의 적정 수온대보다 높아졌다.
국립수산과학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전어 어획량은 338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70t) 대비 52.2%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최근 10년을 보더라도 올해 1~8월 어획량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획량 감소는 전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어 1kg당 가격은 1년 전보다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중순 기준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전어 1kg당 가격은 약 4만원대로 1년 전보다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올랐다. 대형마트에는 전어회를 팔지 않았고, 어시장을 찾은 지역민과 관광객들도 전어가 비싸 먹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고수온 피해의 영향은 해가 바뀌고도 이어졌다. 매년 열리던 마산진동 미더덕축제는 지난해 고수온 여파로 미더덕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결국 취소됐다.
진동만 해역에서 난 미더덕은 통상 먼저 마트 등에 납품하고, 남은 물량은 축제를 통해 소비시키는데 올해는 생산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축제를 열 여력조차 없다는 게 어업인들의 설명이다.
어민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바다 고수온 현상과 빈산소수괴(산소부족 물 덩어리) 발생 등이 미더덕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더덕 생산량은 어민들에 따라 최대 3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고수온 전망… 폐사 예방·보험 현실화·새로운 어종 발굴 대응=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여름도 연안 수온이 평년보다 1.0℃~1.5℃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지난해의 고수온 피해를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
경남도는 고수온에 대비해 어류 폐사를 방지하고 양식어류 질병을 예방하는 면역증강제·수산동물 예방백신 공급을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양식 어류 면역증강제 공급사업은 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 지역 등 양식 어업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해, 2024년 13t, 2억5600만원이던 사업 규모를 올해는 36t, 6억8300만원 규모로 늘린다. 양식 수산물을 위한 백신 및 면역증강제 지원사업은 2024년 백신 211ℓ, 면역증강제 27t, 8억원이던 것을 2025년 백신 428ℓ, 면역증강제 57t, 16억원으로 늘린다.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 역시 현실에 맞는 보완이 필요하다. 2023년 경남에서는 33건 31억87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이는 2023년 전체 보험지급 60건의 절반을 넘어서며 지급금액으로 봤을 땐 전체지급액 41억4100만원의 77%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자부담 보험료가 비싼 데다 주계약보다 2~3배 비싼 고수온 특약까지 가입하려면 어민 부담이 더욱 증가한다. 1년이면 사라지는 소멸성 보험이다 보니 어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는 피해 어가 지원을 위해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지원을 국비 50%에서 60%로 확대하도록 한다. 재난복구비용 산정단가도 현실화해 홍합·미더덕 등의 산정단가도 상향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역시 어가에서 어업 면허·사업자 등록으로 변경하도록 정부에 건의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고수온에 적절한 새로운 어종을 발굴하는 대책도 이어져야 한다.
경남도는 경남 해역에 적용 가능한 고수온 대응품종 개발에 나섰다. 올해 도비 1억4200만원을 들여 아열대·육종 전략품종 연구개발도 시작한다.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 품종 시험 양식은 벤자리·능성어·잿방어·흑점줄전갱이·대왕바리·대왕붉바리 등 6종이 대상이다. 참돔·참굴·비단가리비·조피볼락·숭어 등 도내 주요 양식 품종개량(육종)도 연구한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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