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산 원동미나리축제 농민 상행위

“축제 전 운영 못하게 했어야” vs “민원 접수돼 고발 불가피”

기사입력 : 2024-06-18 20:19:37

재배 농민, 농지에 간이식당 차려
축제기간 미나리· 삼겹살 등 판매
관광객 늘자 기존 식당업주와 충돌
농가당 테이블 25개 이하 협약 맺어

올해 테이블 수 제한 약속 어기자
식당업주 “불법이다” 시에 민원
시, 축제 이후 농민 20여명 고발
“향후 농민 피해 없도록 조치할 것”


“처음부터 상행위를 못하게 하던지, 축제 끝나고 형사고발당해 황당하다.”

지난 2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양산시 원리 등 원동면 일원에서 열린 제10회 원동미나리축제에서 미나리와 삼겹살 등을 판매한 농민 20여명이 농지법위반(불법농지 전용)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위반(축산물 판매업 미신고 행위)으로 양산시에 의해 고발됐다.

해당 농민들은 축제에 참여해 미나리와 삼겹살을 팔았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를 받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자 억울해하고 있다.

양산시 원동면 농민이 청정 원동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양산시/
양산시 원동면 농민이 청정 원동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양산시/

원동미나리축제는 원동지역 청정미나리의 전국적인 홍보를 위해 지난 2015년 처음 개최됐다. 초창기 미나리 재배 농가들은 논밭에 비닐하우스형 간이식당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관광객들이 미나리와 잘 어울리는 삼겹살을 사오면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놓아두고 미나리만 판매했다. 그러다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손님들을 위해 삼겹살 판매도 하게 됐다.

이후 원동미나리축제가 유명세를 타면서 경남·부산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자 기존 식당 업주들과 알력이 생겼다.

축제장 내 일부 간이식당은 손님은 많은 반면 사업자등록증·영업신고증을 발급받아 정식으로 영업하는 일부 음식점은 기대만큼 장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간이식당 운영 농민들과 식당 업주들은 지난해 농가당 간이식당 테이블 수를 25개 이하로 제한하는 상생협약을 맺었다.

작년에는 이 협약이 비교적 잘 지켜졌으나 올해는 몇몇 간이식당에서 테이블 수 제한 약속을 어기고 더 많은 손님을 받았다. 이에 반발한 식당 업주 측에서 간이식당 운영이 불법이라는 민원을 양산시에 제기했다. 현행법상 농지에 ‘하우스 가설물’을 설치하고 영업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에 따라 양산시는 축제기간 간이식당을 운영한 농민 20여명에 대해 양산경찰서에 형사고발했다.

양산경찰서는 양산시가 고발한 농민들을 불러 조사 중이거나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벌금 등 약식기소할 경우 전과자가 된다.

고발된 농민들은 매년 행사보조비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 축제를 양성화하던 양산시에서 태도를 바꾼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농민 A씨는 “축제기간이 농한기여서 논에 비닐하우스 설치, 미나리를 먹으러 오는 손님에게 자리를 대여한 후 원상 복구했는데 이를 불법 농지전용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축제 전에 간이식당 운영을 못하게 했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농민 B씨는 “몇 해 동안 미나리와 삼겹살을 판매해도 양산시에서는 경고장을 보내고 넘어갔는데 올해는 날벼락을 맞았다”며 “평생 미나리 농사만 지으며 살아왔는데 전과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자식들 보기 부끄럽다”고 했다.

양산시는 “농지법 위반 등에 대한 민원이 시에 접수돼 조사와 함께 경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며 “향후 축제 때는 이런 점을 보완해 행사를 진행하고, 축제에 참여하는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동주민자치회 주최·주관으로 치러지는 원동미나리축제에는 매년 8만명 이상의 상춘객이 찾고 있다. 양산시는 연 3000만원 정도를 행사보조비로 지원하고 있다.

김석호 기자 shkim18@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석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


  • -----test_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