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23년생 출생 미신고 737명… ‘법적 울타리’ 마련에 ‘그림자 아동’ 사라질까

[초점] 출산통보제·보호출산제 시행

기사입력 : 2024-07-18 20:27:22

경남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동’의 생사에 대한 전수조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6명이 살해·유기 등 범죄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19일부터 시행돼 관심이 쏠린다.


경남도·시군 작년~올 초 전수조사
505명 아동 소재 확인… 17명 사망
살해·유기 등 범죄로 6명 목숨 잃어

임산부 공적체계 보호 가능해져
양육 포기·입양아 양산 등 우려도
“항상 도움받을 수 있다는 인식 필요”



자료사진./픽사베이/

◇‘그림자 아동’ 전수조사 경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들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6월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2015~2022년생, 2023년생, 2010~2014년생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본지 취재 결과, 경남의 경우 지자체 행정조사를 거쳐 경찰에 수사가 의뢰된 건까지 모두 확인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와 각 시·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2010~2023년생) 737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해 505명 아동에 대한 소재를 확인하고 나머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남경찰청은 중복 인원이나 단순 오류 등을 제외하고 222명에 대해 소재를 확인, 이 중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17명 중 11명은 자연사나 병사 등으로 사망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됐으며, 나머지 살해로 4명, 유기로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동안 적발된 범죄 사례로는 창원에서 생후 5일 된 아이를 야산에 유기한 사건, 거제에서 생후 5일 된 영아를 살해한 뒤 하천에 유기한 사건 등이 있었다.

◇법률 제·개정 등 대책 시행=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책 마련이 추진되며 지난해 7월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공포됐고, 10월에는 보호출산제의 내용을 담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7월 19일 동시 시행하게 됐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 대한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정보시스템을 통해 관할 읍면동으로 통보돼 출생 등록되고, 이 아동들을 공적 체계에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기 임산부들이 가명으로 산전 검진을 받고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태어난 아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호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됐다. 보호출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에 앞서 임산부가 직접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위기 임산부 지원 및 보호출산= 보호출산의 주요 내용은 아이가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후 임산부는 최소한 7일은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가져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난 후에 지방자치단체에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 지자체는 지체 없이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입양 등 절차를 밟게 된다. 또 어머니는 보호출산을 신청할 때 자신의 이름,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 상황 등을 작성해 남겨야 하는데, 이때 작성한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되며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은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생모가 동의하면 서류 전체가 공개되고, 동의하지 않거나 생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된다. 단 사망 등으로 생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전체를 공개할 수 있다. 경남도는 지난달 3일부터 위기 임산부 지원과 보호출산을 위해 지역상담기관을 설치해 운영하는 등 제도 시행을 준비해 왔다. 도내 지역상담기관은 창원시 소재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인 생명터미혼모자의집에 설치돼 24시간 상담과 지원연계를 받을 수 있다. 19일부터 전국 공통으로 임산부 긴급전화 ‘1308’ 번호를 운영하는데, 경남에선 해당 기관으로 연결된다.

◇기대 및 우려= 위기 임산부를 지킬 수 있다는 법적 울타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대도 크지만, 그림자 아동이 완전히 근절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위기 임산부가 스스럼없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언제든 따뜻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양육 포기를 부추기거나 고아나 입양아를 양산할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아동 보호 단체는 아동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시행 이유는 일단 버려지거나 하는 그림자 아동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라며 “아이와 부모가 같이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일단 아이를 살리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명제”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는 만큼 앞으로 제도 시행에 따라 드러나는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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