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창원간첩단 사건’ 재판
1년 8개월째 지지부진… 창원지법 이송 후에도 계속 지연
지난 4월 이송 후 4차례 공판준비만
피고인 ‘재판부 기피 신청’…또 중단
“공소권 남용”-“재판 지연” 입장차 커
법원 “기피 신청 조속 판단 내릴 것”|
일각선 “전담 재판부 필요” 주장도
전국 각지에서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인물들에 대해 수사나 재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창원간첩단’으로 불리는 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재판은 1년 8개월여간 지지부진하다.
여태 본 재판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한데 사건이 창원지법에 이송된 이후로는 본재판을 시작조차 못하고 파행을 맞고 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경과=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간첩단 사건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창원지법 제4형사부(김인택 부장판사)로 이송된 이후, 6·7·9·10월 모두 4차례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그러나 본재판을 앞두고 피고인 측은 지난달 31일 법원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정식으로 접수, 재판 진행이 멈췄다. 앞으로 제2형사부에서 기피신청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4명은 2016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을 받고 지령에 따라 국내 정세를 수집, 북한에 보고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검찰 수사로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된 뒤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1심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모두 보석으로 석방됐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일부 진보 단체 등은 이들이 ‘간첩단’이 아닌 ‘공안 조작’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그간 재판 경과를 보면, 이들은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된 이후로 서울이 아닌 창원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관할 이전을 신청했으나 상급심 법원인 서울고법에서 기각한 바 있다. 이들은 기소된 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비공개 증인 신문의 근거가 되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재판부가 주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모두 심리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린 탓에 서울중앙지법에서 1년여간 공판준비기일은 4차례 열렸으며, 본 재판은 단 2차례만 열렸다.
◇쟁점과 향방=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에 대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박한다. 여태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익명이 남발되는 등 검찰에서 ‘공소권 남용’을 하고 있으며 국정원 직원 등에 대한 증인 심문 시 ‘밀실 재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또 재판부가 증거 채택 여부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국제 사법 공조절차 사실 조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형법상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 지연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변호인 측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원은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한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해 조속히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기피신청이 있을 때 소송진행을 정지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급속을 요하는 경우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다. 기피신청 판단에 대해선 따로 기한은 없지만 가급적 빨리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간첩 혐의 사건 규명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일각에선 간첩 사건 등 안보 사건에 대해 “재판 지연 시도에 휘둘려선 안 된다. 조속히 간첩 행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전담 재판부를 둬야 한다는 주장 등도 제기된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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