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김해 우리은행 전 직원 ‘중형’
‘180억 횡령’ 직접 대출 결재·영업지점 거쳐 입금 악용
창원지법 1심 판결문 입수·분석
가상화폐 투자 2억 손실 범행 결심
범죄 수익 투자·돌려막기에 사용
재판부 “사회에 미치는 해악 커”
1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해시 소재 우리은행 전 직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해당 재판 과정에서는 대출이 시급한 기업 대출은 담당 직원이 결재권자의 컴퓨터에서 직접 결재를 하는 관행이 있는 등 허술했던 은행 내부 결재 시스템도 드러났다. 중형 선고를 받은 직원이 처음 허위 대출에 이르러 엄벌을 받기까지 사정을,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16일 판결문을 보면, 창원지방법원 형사2부(김성환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전 우리은행 기업대출 담당 직원 30대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우리은행에 105억2000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창원지방법원./경남신문 DB/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1월 우리은행에 입사한 후 2023년 1월께부터 김해시 한 지점에 발령받아 기업금융 대출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는 2021년 말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면서 약 1년 동안 2억원 상당 투자 손실을 입었다. 2023년 5월께 재차 가상화폐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대출 과정에서 고객들이 대출 담당자인 자신을 신뢰해 도장 날인 등을 요구해도 별다른 의심을 가지지 않는 점, 상급자의 결재가 필요하나 외근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담당 직원이 결재권자 컴퓨터에서 직접 대출 결재를 하는 관행이 있는 점, 본점에서 통상 대출금을 대출명의자의 계좌로 바로 입금하지만 신청 방식에 따라 영업지점을 거쳐 지점 담당자가 대출명의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점 등의 허점을 이용했다.
이에 허위 대출이 실행되면 이를 다시 가상화폐 투자 등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A씨는 2023년 7월 24일 고객 명의로 여신거래약정서 서류에 1억원을 기재한 뒤, 해당 고객에게 기존 대출 절차에 누락된 것이 있다며 도장을 받아 서류를 날인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 이 같은 수법으로 10개월 동안 180억원에 달하는 허위 대출을 실행해 편취한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범죄 수익을 코인에 투자하거나 ‘돌려막기’로 앞선 대출을 일부 상환해 가며 편취 횟수와 편취금 액수를 늘려갔지만, 금융정보분석원과 경찰이 그의 계좌 거래 내역을 의심하게 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범행은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의 근로 의욕을 저하하는 등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며 “피해 은행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금전적 손해가 제대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며, 악화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비금전적 손해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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