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전통시장의 미래, 건축 혁신에서 찾다] (5) 스페인 세비야 메트로폴 파라솔
수십년 방치된 시장 터, 거대한 목조 지붕 품고 ‘랜드마크’로
16세기 수도원 자리에 시장 형성
1970년대 낙후 위기 겪으며 철거
30년 이상 방치되며 쇠락의 길로
유적지 발견 후 공사, 2011년 완공
박물관 등 결합 ‘공공공간’ 변모
와플처럼 틈틈이 엮인 버섯 모양의 거대한 지붕 아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중해의 따가운 햇볕을 피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공간에 활력을 더한다. 누군가는 시장을 구경하고, 관광객들은 근사한 목조 건축물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하다. 이곳은 바로 스페인 세비야의 메트로폴 파라솔이다. 2011년 메트로폴 파라솔이 지어지면서 지역민들은 30여 년간 잃어버렸던 전통시장을 되찾은 동시에, 쇠퇴해 가던 주변 상권의 활력도 얻었다.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이라는 이름 아래, 시장을 넘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공 공간으로 변모한 메트로폴 파라솔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거대한 와플처럼 엮인 버섯 모양의 지붕 아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30년 이상 사라진 시장…침체된 지역= 스페인 세비야의 구시가지 북쪽에 위치한 메트로폴 파라솔 자리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이 있었다. 그러다 19세기 엔카르나시온 시장이 형성되면서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은 낙후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이곳을 철거시켜야 하는 정도까지 왔다. 이에 세비야시에서는 기존 시장을 허물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철거 이후 30년 이상 시장을 짓지 않은 형태로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이후 지역 경제는 침체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고,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시장 주변 광장은 주차장으로만 이용될 뿐 버려진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상인들과 시민들은 세비야시에 새로운 시장을 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비야시는 새로운 시장의 주차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고고학적 유적지를 발견하며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2004년 세비야시는 유적지를 포함한 시장 건축 아이디어를 국제 공모했고, 독일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 헤르만이 공모에 당선되면서 설계를 맡았다. 그렇게 2011년 현재 메트로폴 파라솔이 들어서게 됐다.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인 메트로폴 파라솔 지붕은 세비야 성당의 아치형 지붕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메트로폴 파라솔 내 전통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과일과 채소들.
◇시장, 문화 공간을 넘어 지역 랜드마크로= 그는 설계 과정에서 단순한 시장을 넘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활기찬 공공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이라는 수식어 답게 메트로폴 파라솔의 규모에 압도된다. 높이는 약 26m로,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세비야 구시가지의 전통적 스카이라인에 어울리도록 설계됐다. 구조물의 전체 길이는 약 150m, 너비는 약 70m에 달한다. 이는 광장 전체에 그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약 5000㎡의 넓은 면적은 대규모 공공 행사를 열거나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단연 돋보이는 건 현대적이면서도 지역적 특색을 살린 거대한 나무 지붕이다. 마치 거대한 와플처럼 엮인 버섯 모양의 거대한 지붕은 세비야 대성당의 아치형 지붕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지붕에는 약 3500개의 핀란드산 나무가 사용됐으며, 목재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폴리우레탄 코팅 처리됐다.이 지붕은 디자인적 혁신과 기술적 도전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트로폴 파라솔.
지붕은 독특한 미학을 넘어서 세비야의 더운 기후 속에서도 그늘과 함께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공기의 흐름과 자연광을 고려한 설계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지붕 아래 형성돼 있는 광장에서 사람들은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을 피하며 휴식을 취한다. 지붕 구조 아래에는 시장, 박물관, 문화 행사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해 도시 중심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목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하에는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1층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겨 찾는 전통시장이 있다. 상층부에는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또한 거대한 지붕 위를 올라가면 세비야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사람들을 메트로폴 파라솔로 이끄는 매력 요인 중 하나다. 2011년 메트로폴 파라솔이 들어서자 주변으로 호텔과 레스토랑도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지역 상권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곳은 세비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 3위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한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인터뷰/ 전통시장 '지역 활성화 효과' 소개한 페드로 파리야 카예 메트로폴 파라솔 총괄 관리자
“반경 200m 내 2000개 일자리·150개 상점 생겨나”

페드로 파리야 카예 메트로폴 파라솔 총괄 관리자.
-메트로폴 파라솔의 운영 형태가 궁금하다.
운영 체계가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메트로폴 파라솔의 전체적인 운영 관리는 시공을 맡은 사시르(Sacyr)에서 위탁 운영 형태로 맡고 있고, 박물관과 시장 등은 세비야 시가 관리하는 형태의 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또 시장의 경우 매장 39개 중 3개는 사시르에서, 나머지 36개는 세비야 시가 관리하고 있다. 또한 사시르의 민간투자를 통해 메트로폴 파라솔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가면서 시장을 넘어 문화, 상업, 오락, 혁신이 결합된 독특한 세비야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혁신적인 건축을 품은 메트로폴 파라솔이 지역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주변을 둘러보면 이제는 호텔이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도 많지만, 메트로폴 파라솔이 건설되기 이전에는 아예 죽은 지역이었다.
시장이 철거되다 보니, 시장의 중요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지역도 같이 낙후해버렸다.
메트로폴 파라솔 건설 프로젝트가 생겨난 것도 이 지역의 경제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자 해서 나오게 됐다.
메트로폴 파라솔을 건설하는 동안 주변으로 호텔과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지역 상권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세비야 대학이랑 메트로폴 파라솔의 경제적인 영향에 대해 연구한 적 있었다.
메트로폴 파라솔 반경 200m 내 20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고, 150여개의 새로운 상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경제 효과를 유발했을 것이다.
글·사진= 한유진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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