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전통시장의 미래, 건축 혁신에서 찾다] (6) 경남 전통시장 건축 혁신 미래는
oo 살려야 전통시장이 산다
현재 수많은 전통시장에 적용된 천편일률적인 아케이드로 인해 그 시장이 지닌 본연의 색깔은 사라지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축제나 공연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똑같은 얼굴을 한 시장 구조에서는 한계를 지닌다. 이제 경남 전통시장에도 장소성과 지역적 특색을 살린 건축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경남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축 개선에 대한 조언을 듣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본다.
/기획/“매력적인 공간 만들려면 브랜딩 중요”
박진석 경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박진석 경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사실 답은 간단하다. 시장이 매력적이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찾아온다.
전통시장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기획이 제일 중요하다.
기획이 없으면 모든 투자는 작동하지 않는다. 기획이 만들어지면, 기획에 근거해서 시장 건축, 공간에 대한 설계 공모를 통해 시장을 ‘브랜딩’ 해나가야 한다.
시장 브랜딩이라는 건, 기획과 건축 또는 공간이 같이 합쳐져 매력적인 시장 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시장을 상품이라고 부르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시장 역시 소비를 위한 공간으로 상품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많은 종류의 소비가 가능하게끔 만들어줄 수 있는 매력을 갖추고,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꾸는 것이 21세기에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장에 갈 이유를 찾아야 한다.
‘각 시장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고, 매력을 갖출 수 있을까?’
우리 지역 시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인들이 가장 열악한 데 들어가서 시장을 바꿔 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저는 그게 시장의 2층과 3층 공간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전제는 기존 시장은 거대했으나, 현재는 그 기능을 잃어버렸고, 새로운 기능을 우리가 찾아나가야 하는 부분들이다.
그 기능을 대체할 만한 것들이 지역사회는 분명 가지고 있다.
각 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굴하고 상품화시키는 과정이 함께 이뤄진다면, 건축을 통한 시장을 개선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혁신/“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 활성화시켜야”
김동규 국립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동규 경상국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소통을 하는 공간이자,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경제 행위에 더불어서 파급되는 지역 문화가 엮이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장의 기능에서 문화는 떼어놓고, 단순히 상행위만 일어나는 공간으로 인식돼 있는 것 같다.
이 가운데, 어떤 시장을 가든 천편일률적인 아케이드로 똑같은 모습이다 보니, 현재 많은 전통시장들이 시장 활성화 방안을 소프트웨어 쪽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계속적으로 참신하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에너지를 불어넣지 않으면 공간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남에서 시장 건축 관련 공모가 진행돼 ‘시장도 공간을 바꾸니 이렇게 활성화될 수 있구나’라는 사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 워크숍 등을 통해 시장의 필요와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적 접근이 이뤄진다면 시장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의 중심지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전통시장의 소프트웨어적 향상과 함께 건축을 통해 하드웨어 측면이 강화된다면, 유럽 전통시장들처럼 새로운 혁신으로 경남 전통시장을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지역재생의 관점에서 원도심 활성화가 중요하다. 원도심에서부터 활성화 되어야 신도시도 같이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늘 도시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향후 경남에서 도시 재생, 원도심 활성화를 진행할 때 시장도 같이 가면 좋겠다.
/특색/“전통시장 각각의 정체성 찾아 나가야”
배종열 건축사

배종열 건축사
전통시장들의 형태가 너무 직선적이다. 평면적인 구성이 사람들을 시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특히 창원의 경우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시장의 형태가 직선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필요한 것만 사서 얼른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예전 전통시장을 생각하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한다는 커뮤니티 개념도 있었지만, 현재 전통시장은 커뮤니티 기능을 상실했다.
그렇다 보니 시장에 와서 나가는 데까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 속도를 줄여서 사람들이 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에 유속이 느려지면 물이 고이듯이, 사람들이 시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공간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인접한 골목 공간을 활용해야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 하고, 그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물건도 사고, 사 먹기도 하면서 시장에 활력이 돌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토대 아래서 각 전통시장들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나가야 한다. 각 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특색을 갖춰야 한다.
/공간/“시장 기능 회복 위한 장소성 고민해야”
하동열 건축사

하동열 건축사
시장마다 획일화된 아케이드 디자인으로 각 전통시장의 특성을 상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시장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아케이드로 하여금 기존 시장 건축물과 주변 환경이 단절돼 시장이 단순히 상가 골목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장 변화도 부족했다.
상업 공간이 촘촘히 들어서 있어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의 휴식과 문화를 위한 공간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남 전통시장에 건축을 통한 활력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경기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 개발 방식도 좋다.
다만 여기에 더해 경남 전통시장이라는 장소성을 보다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전통적으로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마을의 중심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통시장은 상업적 기능만을 계속해서 강요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기능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기능인 커뮤니티가 일어나도록 시장에도 광장과 같은 공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상업공간의 일부를 문화공간으로 변화해 시장 문화를 형성하는 시발점이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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