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樂만이 가득한 낭만의 배움터로

기사입력 : 2025-02-20 08:05:58

3개 동 기능별로 분리하고 동선은 연결
운동장 놀이·문화, 주민 평생교육·학생
창의성·협업·소통하는 미래 공간 설계
마을학교·공연장·식당·체육관 등 갖춰


학교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딱딱한 규범이나 규제가 학생들의 생활을 관여하게 된다. 건축법에서 학교는 교육연구시설 중 하나로 분류되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다. 사회적으로는 오래전부터 배움의 장소로 도시나 마을의 중심이 되었다. 가장 큰 건물이기도 했고, 가장 넓은 운동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 행사가 마을 주민과 같이하거나 마을 행사를 학교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학교 공간은 지역사회의 공공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고 그 기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전경. 3개 동을 기능별로 분리하고 동선은 연결한 미래 교육공간으로 설계됐다./용남중학교/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전경. 3개 동을 기능별로 분리하고 동선은 연결한 미래 교육공간으로 설계됐다./용남중학교/

최근 이러한 학교의 변화는 경상남도 교육청과 경상남도가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학교안 마을배움터사업’, 학교공간을 사용자인 학생과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변화하는 ‘학교공간혁신사업’, 다양한 학습공간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은 다양한 학습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공간혁신, 그린학교, 스마트교실, 학교 복합화, 노후시설 개선 등의 목표로 학교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중 학교 복합화는 학교시설과 생활SOC를 결합하여 학령인구가 감소되는 문제에 대응하여 지역사회의 중심적인 커뮤니티 시설로 변화하고 있다. 읍면 지역일수록 이러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 마을 학교로서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연결되는 외부동선.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연결되는 외부동선.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배치도.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배치도.

◇설계 의도 : 외부공간(중정 Platform)을 통한 사용자 연결=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제안공모방식을 통해 설계자를 선정하여 학교의 교육 과정과 방향에 맞도록 학생과 설계자와 선생님들의 생각을 담아내는 과정을 거쳐 설계가 진행되었다.

대지 내 기존 중학교가 있고 고등학교는 새로 지어 매우 혁신적인 교사동을 만들었다. 미래피움이 앉을 자리는 운동장 쪽으로 편향되어 기존 중고등학교와 동선의 연결에 대한 고민으로 배치 개념을 시작했다. 용남고등학교의 광장은 교사동 북측에 자리하여 독립성을 고려한 듯했다. 다만 중학교 측면 진입 광장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공동사용이 가능하여 용남광장을 만들어 미래피움과 연결하였다.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중정의 사용.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중정의 사용.

운동장의 놀이와 운동, 주민의 평생교육 그리고 학교의 학생이 미래피움 중정에서 모이는 배치 개념을 활용하였다. 이 중정은 수직적인 동선의 연계가 가능하여 수직 플랫폼으로, 접속의 기능을 담당한다. 준공이 되고 중정의 사용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상상력으로 축제 이상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개념도.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개념도.

세 개의 연결 동선은 미래피움의 중정으로 모여 외부공간의 사용을 내부공간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였다. 중정은 3개의 동이 연결되는 상부복도와 마당으로 연결되는 하부 필로티를 구성하여 중정의 직접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형식은 수직적인 공간의 확장과 동시에 각 레벨에서 접속 가능한 수직 플랫폼을 형성한다. 이 플랫폼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개념도.
사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개념도.

3개 동은 각 기능별로 분리되고 동선적으로는 연결된다. 연결된 동선마다 다양한 공간의 변화를 교육에 접목시킬 수 있다. 외부공간의 연결과 내부공간의 분리는 공간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공간의 변화가 창의성, 협업, 소통하는 미래교육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의도하였다.

◇공간 구성 :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는 학교의 변화= 분리된 3개의 동은 각각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 먼저 주민의 동선이 원활한 도로 측 가동은 마을학교로 목공실, 메이커스페이스, 미술실 등으로 사용하여 주민이나 인근 학생들의 새로운 배움의 장소로 활용된다. 운동장에 가까운 동측 나동은 운동시설로 연계하고, 고등학교 쪽 다동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한 멀티 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과 주방 사이 작은 중정을 만들어 식당 내부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도록 하였다.
식당과 주방 사이 작은 중정을 만들어 식당 내부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도록 하였다.

가동의 1층은 중학교 학생의 전용 식당이다. 식당과 주방 사이 작은 중정을 만들어 식당 내부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도록 하였다. 원계획은 식당 상부가 2층으로 뚫려 있는 개방형 식당이었으나 급식선생님들의 반발로 무산되어 작은 중정을 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층은 마을학교와 특별교실이 함께 사용하는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이다.

장변으로 설치된 체육관 무대.
장변으로 설치된 체육관 무대.

나동은 다목적 체육관으로, 행사를 위한 무대가 있다. 보통의 무대는 단변에 설치하는 것인데, 이 다목적 체육관의 무대는 장변에 설치하였다. 보다 가까이에서 행사를 즐기겠다는 학생들의 의견이었다. 신의 한 수로 새로운 형식의 체육관이 완성되었다.

다동 블랙박스 극장.
다동 블랙박스 극장.

다동은 블랙박스 극장으로 다양한 공연과 강연을 위한 공간이다. 특히 용남중학교의 오케스트라와 선생님 밴드는 경남에서 이름난 악단이다. 매년 정기 공연을 할 만큼 그 기량도 뛰어나다. 객석은 이동형이라 보다 넓은 무대나 활동 공간이 필요하면 접어 넣어 사용 가능하다. 다양한 공연문화를 담아낼 적절한 공간이다.

◇준공 후기= 지난해 11월 20일, 용남중 ‘미래피움’ 준공식이 열렸다. 뜻밖에도 초대받아 행사장인 블랙박스 극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학교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밝은 얼굴로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활기를 전해주었다.

건축사로서 그런 광경은 큰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준공식에서 학생 대표가 건네준 감사패는 준공까지 거치며 생긴 상처들을 어루만져 주는 처방전 같은 것이었다. 작은 변화부터 차근차근 이어지는 학교 공간 속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다채로운 표정은, 미래 교육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는 늘 학교가 있기 마련이다. 변화를 시작하는 학교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학생들의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학교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깨닫게 된다. 봄이 오면 가까운 학교 운동장을 걸으면서 봄의 기운과 우리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꿈을 함께 느껴 보길 바란다.


(설계: 건축사사무소 시토 하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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