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인데 멍게가 없다… 남해안 양식장 ‘한숨’
지난해 여름 고수온으로 거의 폐사
전국 유통량 70% 지역 작업장 휴업
초매식 취소… 재고 풀어 수요 대응
바다의 봄을 알리는 남해안 멍게가 지난해 고수온으로 거의 전멸하면서 제철을 맞아 한창 수확에 바빠야 할 어민들이 손을 놓고 한숨만 쉬고 있다.
통영 멍게수협에 따르면 통영과 거제에는 약 200어가 800㏊의 멍게양식장에서 2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해 6월까지 전국 멍게 유통량의 70% 이상을 공급한다. 하지만 올해 수확할 어린 멍게 대부분이 지난해 고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멍게수협이 공식 집계한 폐사율만 97%에 이르고, 이후 후유증에 추가로 폐사한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100%의 멍게 종패가 폐사했다.

4일 멍게 수확철을 맞아 한창 바빠야 할 통영시 산양읍 멍게작업장이 지난 여름 고수온으로 전량 폐사하면서 작업장이 텅 비어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 시기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와 영운리, 거제 등의 멍게 작업장은 멍게 수확에 정신이 없어야 하지만 올해는 작업장 문을 아예 걸어 잠근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양식장에서 고수온 폐사 이후 급하게 구한 멍게 종자를 지난해 10~11월에 입식했지만 5월 이후에나 수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멍게수협은 올해 멍게 초매식을 취소했다. 수협은 일단 보유 중인 냉동멍게 재고를 풀어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한 멍게양식장 어민은 “대부분 멍게양식장이 비어 있는 상태이고 거제의 양식장 1곳에 4000봉(1봉 5m, 1000~3000여 개체 부착) 정도 살아있는 게 남해안 멍게의 전부”라며 “이마저도 3분의 1 정도는 폐사해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50kg들이 2000~2500상자가 겨우 수확될 듯하다”고 말했다.
통영 멍게수협 김태형 조합장은 “올해 멍게 수확은 포기하더라도 다가올 여름 고수온은 어떻게 넘길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이대로는 어렵게 어장을 복구해도 여름에 날려버리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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