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꽃, 삶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고향을 그리다
[책] 마산
마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
고향을 사랑하게 된 이유 담아

모든 책의 날개엔 저자들이 쓴 간략한 자기소개가 있다. 과거엔 그것에서 나이, 출생지 등을 유추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거의 불가능이다.
이를테면 옛날에는 대개 ‘19○○년 ○○에서 출생, 대학에서 ○○를 전공했고……’로 시작했던 소개글이 요즘에는 ‘○를 썼다’거나 ‘○로 등단했다’ 정도로 끝나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역이나 나이로 본인을 재단하는 게 싫다,는 것을 가능성 높은 답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마산, 그러니까 2010년 통합창원시가 탄생하기 전 마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프로필에 ‘마산’이 들어있다. 역시 모르긴 몰라도 자부심일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온다.
김기창이 그런 사람이다. 책 날개까지 가지도 않는다. 책 제목부터 ‘마산’이다. 마산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 김기창이 ‘사랑한 적 없던 나의 도시’ 마산을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소설로 썼다. 그의 도시 마산은 ‘술과 꽃의 도시’였고, 여전히 ‘불타는 도시’. 그래서 늘 ‘가고픈 도시’다.
‘쇳밥일지’를 쓴 마산 출신 천현우 작가의 다음 추천사가 확 와닿는다. ‘마산은 주민들한테 살가웠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렇듯 잘해준 거 하나 없는 도시에 사람들은 왜 자부심을 느낄까.’
저자는 “처음부터 고향을 사랑하긴 어렵다. 고향은 떠난 이후에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몇몇 지역을 제외하곤 도시의 불빛조차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비워버린 술잔처럼 다시 피지 않는 꽃처럼, 그러나 삶의 불꽃이 일어나지 않는 도시는 없다. 어느 도시 하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의 도시’가 아닌 곳이 없다”고 덧붙인다.
그는 마산의 현재가 다른 도시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마산에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 그 결과가 다른 도시에 불빛을 비추는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 조그마한 불꽃도 소홀히 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바람을 ‘마산’에 담았다.
출판 민음사, 398쪽, 1만8000원, 저자 김기창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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