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조금 망한 사랑 등

기사입력 : 2024-11-27 08:04:13

△조금 망한 사랑= 소설가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지연이 내놓은 두 번째 소설집.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김지연을 두고 ‘망한 인생의 천재’라고 했다. 그는 망한 인생을 즐겨 그리는 건 확실하다. 바람 난 남편, 같이 살던 전셋집 보증금 중 자기 몫을 들고 튄 애인, 애인에게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만들어 주니 이별한 사연 등등. 누군가와의 연애나 회사에서의 일은 단순히 마음이나 성취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영역이 된다. ‘돈’이다. 자신의 삶이 조금 망했다고 느끼는 인물들 바깥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그린다. 김지연 저, 문학동네, 1만7000원.



△우포늪 나무의 시간들= 창녕에서 나고 자란 손남숙 시인의 우포늪과 그 주변 나무들에 대한 산문집. 매 순간 자연이 주는 기척에 기쁘다는 시인이기에 포착할 수 있었을,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를테면 이태리 포플러나무 편에서는 거대한 나무가 쪼개져 성냥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시인은 영화 ‘성냥공장 소녀’와 포플러 나무를 연결 지으며 독자들에게 낯설고 기이한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손남숙 저, 사유악부, 1만7000원.



△이토록 끌리는 영화= 영화 칼럼니스트 이동기의 영화노트. 삶이 영화가 되는 모든 순간에 대한 소회와 함께 책을 읽는 이들이 어떻게 그 의미를 해석하며 이해하는가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영화 평론이면서 삶과 연결된 에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에 걸쳐 커피의 맛을 삶의 감정에 이입해 영화의 주제와 소재로 읽어 보게 하는 50여 편의 영화들은 영화가 상영됐던 시간을 넘어 무한히 공유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 삶의 시선을 견지할 수 있는 영화 칼럼이다. 이동기 저, 도서 스펙, 1만6800원.



△갓 구워낸 아침= 고성에서 활동하는 백순금 시조시인의 첫 디카시집. 디카시 창시자인 이상옥 시인의 고향으로 디카시 발원지가 된 고성. 그런 고성에서 이상옥 시인 외에 유일하게 디카시집을 냈다며 자부심 가득 자신을 소개하는 시인의 디카시에 대한 애정이 절절하다. ‘초대합니다’, ‘마중’, ‘앵콜 공연’, ‘빌딩 숲’, ‘목마른 안부’ 등 총 5부, 85편의 디카시가 실려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일상의 시각을 넘어서는 풍경의 언어’라는 해설로 그의 시 세계를 안내한다. 백순금 저, 창연출판사, 1만5000원.



△곶감= 스님이자 시인이자 화가, 벽천 하영상의 그림에세이. 고향 산청에서 수행 중인 하 작가는 그림으로, 글로 곶감을 사유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에게 곶감이란 마음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기로 작정했던 초겨울의 한날에서 발화한다. 곶감을 마주한 순간 집안 깊숙한 곳에서 은밀하게 숙성되어 기억 속에 쟁여 두었던 곶감을 불현듯 꺼내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고. 잉태의 순간부터 혼돈과 변화, 불안과 비움, 소멸 등 곶감에서 깨달은 침묵과 죽음이라는 고백과 성찰의 메시지를 담았다. 하영상 저, 그림과책, 1만8000원.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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