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한 헌신,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26·끝) 전문가 좌담회

유공자 예우 확대·도내 역사적 자산 활용 나서야

기사입력 : 2024-12-18 21:05:11

경남신문 창간 78주년 특집으로 꾸민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는 경남 곳곳을 찾아다니며 6·25전쟁 참전 영웅 24명을 만났다. 도내 한 원로 인사는 이번 기획이 참전 영웅들에게 ‘마지막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취재진은 이번 기획이 ‘마지막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아 보도했다. 정부에서도 기획을 보고 소개된 참전 영웅 박동군씨와 박차생씨를 청와대에 초청해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도내 한 기업인은 신문을 본 뒤 참전 영웅들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을 기탁하는 등 보훈 문화 향상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7일 창원시 성산구 경남신문사 5층 강의실에서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상권(왼쪽부터) 경남신문 편집국장, 조경철 경남동부보훈지청장,배대균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장, 권영대 6·25 참전유공자회 창원지회장, 이종붕 경남신문 회장,정성기 경남대 K-민주주의 연구소장,박준혁 기자가 좌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7일 창원시 성산구 경남신문사 5층 강의실에서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상권(왼쪽부터) 경남신문 편집국장, 조경철 경남동부보훈지청장,배대균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장, 권영대 6·25 참전유공자회 창원지회장, 이종붕 경남신문 회장,정성기 경남대 K-민주주의 연구소장,박준혁 기자가 좌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번 기획을 정리하고, 보훈 문제를 논의하고자 지난 17일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조경철 경남동부보훈지청장, 배대균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장, 정성기 경남대 K-민주주의 연구소장, 권영대 6·25 참전유공자회 창원지회장이 참여했다. 사회는 이상권 경남신문 편집국장이 맡았다. 좌담회에 앞서 이종붕 경남신문 회장은 “좌담회를 통해 앞으로 국가 보훈 방향성과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됐으면 한다”며 “경남신문은 앞으로 지역의 소중한 역사를 기록하고 알리는 데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경남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전문가 좌담회’에서 권영대 6·25 참전유공자회 창원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경남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전문가 좌담회’에서 권영대 6·25 참전유공자회 창원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먼저 경남신문 ‘경남 참전 영웅을 찾아서’ 기획 평가와 지역 언론사가 보훈 문화 향상을 위한 역할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조경철 지청장= 70여 년 전 조국을 위해 싸운 영웅들 인터뷰를 통해 전쟁 실상과 평화 가치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경남의 역사적 자산을 키웠다고 평가한다.

언론의 여러 가지 역할 중에 문화 창달과 가치 전달이 중요하다. 앞으로 참전 영웅 명예 선양과 자긍심 제고는 물론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보훈 문화를 체험하고 실천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 예우받을 수 있도록 경남신문이 노력해 주길 바란다.

또한 보훈을 직접 실천하는 지역민, 기업인들의 사례들을 알려 보훈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히게끔하는 기획 기사를 제안한다.


△배대균 회장= 수많은 젊은이가 다치고 불구가 되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경남신문은 잊혀온 이들은 찾아 나선 것이다. 참전 영웅들은 나 자신의 얼굴이 신문의 한 장을 장식했을 때 늦었지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보는 이들마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참전 영웅들은 아직도 전쟁 트라우마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아 섭섭함이 컸다. 다행히 이번 기획을 통해 그들의 섭섭함이 많이 풀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인정받게 해주는 건 언론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바라건대 경남신문이 앞으로도 전쟁영웅 기리는 사업을 계속해 주길 바란다.


△정성기 소장= 이번 기획 기사를 잘 봤다. 한 분 한 분 소중한 사연들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현실적으로는 참전 영웅들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민주화 유공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작년에 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 개소 기념 학술대회 후 참석자들이 마산방어전투 전적지와 마산의 민주화운동 현장을 함께 견학한 것도 그런 반성적 인식에서 비롯됐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독재를 기억하듯이, 평화를 위해 전쟁과 호국정신을 제대로 기억하도록 지역 언론이 지속적으로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참전 영웅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이바지한 의미를 제대로 밝히고 국민적으로 공유하도록 언론에서 노력해 주기 바란다.


△권영대 지회장= 전쟁 당시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킨 참전 영웅들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6·25전쟁에 대한 이해와 유공자 보훈이 부족한 점은 참 슬프게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경남신문 기획을 통해 도내 유공자들을 기록해 주고 알려줘 감사하다. 나 또한 이번 기획에 소개됐는데 주변에서 참 많이 알아봐 줬다.

지역 언론사가 정부에서 하지 않는 이번 기획을 통해 많은 경남도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6·25전쟁 바로 알리기 교육을 언론사가 교육청과 연계해 관련 캠페인을 해줄 것을 제안한다.

-참전 유공자들에게 현실적인 지원 방안과 현 보훈 정책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조경철 지청장= 정부에서는 참전 영웅 명예 선양 사업과 함께 참전 명예수당 지급, 의료 지원, 재가복지서비스, 주택 우선공급, 국립묘지 안장 등 다양한 예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참전 수당은 인상되고 있지만 각 지자체 재정 자립도에 따라 지역마다 편차가 있는 문제가 남아 있다.

참전 영웅들이 대다수 90세가 넘는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에 중점을 두어 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재가복지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대균 회장= 월남전 참전 유공자 중 고엽제 환자가 있다. 이들은 확진 환자와 유사 환자로 나누어진다. 후자의 경우 사망하면 그 고엽제 유사 질환에 대한 사망만 인정되고 아닌 경우는 수당 지급이 중지된다. 사망 원인의 직접적 요인을 규명하여 처리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의사인 내가 봐도 의학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에 이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유공자의 배우자가 보훈대상자가 되는 과정이 복잡하니 간소화해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정성기 소장= 정신적-사회적 측면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국내외 참전 영웅을 존경하고 그 정신을 기리는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큰 지원이자 보상이다.

민주화 이후 시대에 보수나 진보 정치권 모두 이들의 희생정신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반공독재’ 이후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면서 대립해 온 것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명예를 실추하는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권영대 지회장= 참전 영웅들에 대한 배려와 예우는 수없이 언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전혀 없다. 매월 받는 수당은 정부에서 주는 참전 명예수당 42만원, 지자체에서 주는 25만원을 합하여 67만원이다.

병장 봉급을 200만원 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정부가 국가를 위해 피땀 흘려 싸운 유공자에게는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참전 상이군인과 제대군인을 위한 대학 학비 지원과 취업 지원 등을 비롯하여 군인에 대한 특별 대우를 하고 있다. 이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정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이다.

-경남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낙동강 방어 작전이 펼쳐졌지만, 기념관이 없거나 잊힌 전투가 많습니다. 이 같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기념 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조경철 지청장= 경남은 6·25전쟁 관련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만 활성화는 미비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한 문화 프로그램, 관광 코스 운영 △공원 등 일상 공간을 활용한 보훈 문화시설 조성 △시민 참여형 보훈 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25전쟁 관련 기념행사의 경우 주요 인사의 인사 말씀 위주의 일방적 행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민들이 다양하게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쌍방향 프로그램 개발을 하면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배대균 회장= 마산방어전투를 기념할 보훈 시설 설립이 추진 중이다.

이를 잘 활용하려면 민간단체와 힘을 합치고 자문 전문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활성화 위원회를 둠으로써 방문객을 늘릴 수 있다.

현재 창녕군 박진전쟁기념관은 외진 곳에 있어 지역민들의 관람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성기 소장= 국가기념일에 국민의례가 함께 포함되어 있듯이, 독립유공자, 참전 영웅 정신과 민주화 유공자 정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국가 존망의 중대 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1950년 8~9월 인민군에 대한 낙동강 전선의 마산과 임시수도 부산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헌정의 대한민국 사수 투쟁 승리를 역사적 조건으로, 산업화나 1960년과 1979년 마산·부산 민주화운동도 가능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마산방어전투 전적지를 교육이나 문화·관광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낙동강 전선 전체, 그리고 부산에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공원, 인천상륙작전 등과 연관된 마산-경남의 전적지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권영대 지회장= 경남에는 전쟁사에 길이 남을 마산방어전투가 있다. 하루빨리 전쟁기념관 건립과 안보 교육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1950년 8월 6일부터 10월 4일까지 창녕 박진 지역에서 미군과 인민군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월상초등학교 폐교에 2004년 기념관이 개관했다.

이 기념관 활용을 위해선 언론사와 교육청 등 행정 당국이 홍보 사업을 통해 도민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념사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보훈문화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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