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100% 천연벌꿀 생산’ 황규섭 창녕꿀벌농장 대표

35년째 꿀이 뚝뚝… 양봉으로 꿀맛 봤죠

기사입력 : 2025-01-14 21:23:58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천연꿀, 숙성꿀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명품 꿀을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정직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끝없는 배움을 통해 지구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벌꿀을 더 열심히 키워 좋은 꿀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양꿀과 수입꿀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100% 천연꿀만 생산하며 35년 꿀을 위한 외길 인생을 살아온 이가 있다.

창녕군 도천면 덕곡리에서 창녕꿀벌농장을 운영하는 황규섭(64) 대표는 새벽 5시부터 양봉장을 돌며 하루를 시작한다. 얼어붙은 공기를 헤치고 벌통을 살피는 그의 손길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벌과 함께한 세월이 내 삶을 달콤하게 채워줬다”는 그의 얼굴에는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난다.

최근 황 대표는 대한민국명인회에서 양봉 명인으로 선정되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꿀전문가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를 만나 꿀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985년 대학 졸업한 후
우연히 접한 양봉 매력 빠져
교육 받고 협회 정회원 등록
본격적인 ‘양봉인의 길’로

창녕꿀벌농장 황규섭 대표가 꿀벌들을 사육하고 있는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창녕꿀벌농장 황규섭 대표가 꿀벌들을 사육하고 있는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1+등급 100% 천연벌꿀= “한입 맛보면 다른 꿀 못 먹어요. 그만큼 진하고 향기로운 꿀이거든요.”

황규섭 창녕꿀벌농장 대표는 창녕 우포늪, 화왕산 등 우수한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창녕에서 직접 벌을 키우고 꿀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아카시아, 밤, 벚꽃 등 벌꿀 제품은 탄소동위원소비를 비롯한 잔류농약, 항생제 등 (사)한국양봉협회의 까다로운 25가지 검사를 통해 1+등급을 받은 100% 천연 벌꿀이다.

천연벌꿀은 일반 사양벌꿀과 달리 자연의 꽃에서 벌들이 채취했기 때문에 색이 진하고 향기가 가득하다.

황 대표는 “수많은 꿀이 생산되고 수입되고 있지만 100% 천연꿀과 등급을 받은 벌꿀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우리 농장은 묵묵히 100% 꿀을 생산해왔다. 그 결실이 한국양봉협회 천연꿀 인증 마크다”고 설명했다.

벌꿀 제품 뚜껑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 생산이력과 품질 등급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믿고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농장에서 직접 생산과 판매를 맡아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가격이 합리적이고 제품의 질도 우수하다.

양봉업계에서는 1인당 평균 100통을 소화한다고 하는데, 창녕꿀벌농장은 9배 규모로 양봉을 하고 있다. 규모가 큰 만큼 벌들의 밀집도가 좋아, 효소 분비량이 그만큼 커서 꿀의 맛과 향이 월등하다. 이 밖에 로얄젤리, 화분, 면역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프로폴리스도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아 생산판매하고 있다.

창녕꿀벌농장에서 생산한 벌꿀과 프로폴리스.
창녕꿀벌농장에서 생산한 벌꿀과 프로폴리스.
왼쪽부터 꿀 시험 결과 통지서, 꿀 생산이력 조회 내역, 시험성적서.
왼쪽부터 꿀 시험 결과 통지서, 꿀 생산이력 조회 내역, 시험성적서.

12년간 중국서 익힌 기술로
창녕서 양봉장 다시 일궈
‘1300개 벌통 보유’ 농장 성장
사양꿀 대신 천연꿀 생산 매진

“전국 농가 분양 비결은 배움
양봉명인 선정 결실로 이어져
‘1년 한번 채취’ 숙성꿀 재배도
고품질 벌꿀 생산 앞장설 것”

◇35년 꿀 외길 인생= 창녕꿀벌농장에서 생산되는 꿀에는 그의 35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85년 황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우연히 접한 양봉의 매력에 빠지면서 양봉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에게 양봉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양봉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았습니다.”

이후 그는 서울대학교 수원농업대학에서 양봉교육을 이수하고, 한국양봉협회에 정회원으로 등록하며 본격적인 양봉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황 대표가 한국양봉협회의 선진지 견학을 통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벌꿀 인생은 전환점이 됐다.

“중국은 양봉 기술과 시장의 규모에서 큰 영감을 줬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열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도 함께 찾아왔다. 12년간 중국에서 양봉 기술을 익히며 성공을 꿈꿨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면서 큰 성과 없이 돌아와야 했다.

“당시에 쌓았던 경험과 관록은 귀국 후 창녕에서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황 대표는 창녕에 양봉장을 다시 일구기 시작했다. 몇 개의 벌통으로 시작한 농장은 730~1300여 개의 벌통을 보유하며 전국에 벌꿀을 공급하는 농장으로 성장했다.

황규섭 창녕꿀벌농장 대표가 벌통을 가리키며 벌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황규섭 창녕꿀벌농장 대표가 벌통을 가리키며 벌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창녕의 청정 자연은 고품질 벌꿀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한때 벌에게 설탕이나 포도당을 먹여 만드는 사양꿀 생산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도 있었지만, 황 대표는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천연꿀만 생산해왔다. 이유는 명료했다.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꿀을 만들어 팔고 싶습니다. 이 생각은 35년 동안 한 번도 변치 않은 다짐입니다.”

그는 특히 1년에 한 번 채취하는 숙성꿀에도 도전하며 고품질 꿀 생산에 매진해오고 있다.

“저는 천연꿀과 숙성꿀의 시대를 만들 것이라 단언하고 타협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또 공부하고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꿀벌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큰 피해 없이 오늘도 건강한 꿀벌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가 키워낸 수백 통의 벌통은 전국의 벌꿀 하우스로 분양되고 시설농가의 화분 담당으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 비결은 ‘끊임 없는 배움’의 결실이라고 황 대표는 귀띔했다.

2022년에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양봉지도사 교육도 이수했다. 꿀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은 최근 (사)대한민국명인회의 양봉 분야 대한민국 명인으로 선정되면서 결실을 보았다.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큰 그릇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된다는 뜻인데, 대부분 한 가지 일을 오랜 시간 해온 사람을 일컬어 장인, 달인 같은 말을 쓰지만 그런 사람들의 오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쓰는 말인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배우기 시작한 양봉은 지금도 계속 배우고 또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배움은 나를 계속 긴장하게 하고 35년 전의 청년 황규섭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글·사진= 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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