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인사이트- 정혁준(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필자는 대학교에서 광고, PR, 디지털 마케팅과 같은 분야의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약 1년 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미국, 일본 등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강의와 연구활동을 했다. 그때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 탓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필자의 취향 때문이었는지 퇴근 후에는 저녁 식사와 함께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다양한 경로로 시청하고는 했었다.
유학 시절에는 동네 한인마트에서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놓은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빌려 보았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이 활성화된 2010년대 이후부터는 주로 방송사에서 유튜브나 SNS 용으로 편집해 놓은 짤막한 영상 클립 등을 시청하고는 했었다.
당시 필자가 즐겨 보던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2018년부터 약 3년 이상 방영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소위 말하는 ‘장사천재’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전국 각지의 골목 상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메뉴, 가격, 음식의 맛, 접객 방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설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개념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도 좋았고, 프로그램 참여 가게들이 실제 설루션을 제공받아 골목상권의 맛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던, 당시에는 꽤나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골목상권에서 열심히 사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자영업자들에게 현장 경험에 기반한 ‘장사천재’의 설루션뿐만 아니라 마케팅, 광고, 홍보 등의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고, 다양한 사례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 이론과 모델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론은 이론이고, 현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이론들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어도 정치, 경제, 경영, 사회와 같은 사회과학 분야의 이론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한 발 더 나아가 생각지도 못한 신박한 ‘설루션’을 제공해 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1960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의 마케팅 교수였던 E. 제롬 매카시(E. Jerome McCarthy)가 제안한 마케팅믹스(Marketing Mix)라는 개념이 있다. 마케팅 믹스는 보통 각 구성요소의 앞자를 따서 마케팅 믹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라고도 불리는데, 각각의 구성요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지역 자영업자들도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 판매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1983년에는 텍사스 A&M대학교의 마케팅 교수 레너드 L. 베리(Leonard L. Berry)가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이라는 전략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골목 상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단골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해 효과적인 전략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광고와 PR업계에는 ‘트리플 미디어(Owned, Earned, Paid Media)’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브랜드가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세 가지의 매체를 다양하게 섞어서 활용할 수 있다는 매체 관련 개념인데, 일정 규모를 갖추고 있는 지역 산업체와 상공인에게는 트리플 미디어가 꽤나 흥미로운 제품 판매 전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경남신문 지면을 빌려 지역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이론들도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들이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정혁준(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