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환호 엇갈린 창원광장… 탄핵 찬반 목소리 격화
구속 취소 첫 주말 시위 불붙어
尹지지자들 “만세” 1000명 결집
탄핵 찬성측 “검찰 규탄” 총궐기
경찰, 충돌 예방 안전펜스 설치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지 52일 만에 석방되면서 탄핵 찬반 집회에 나온 창원 시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탄핵 무효를 외쳤으며,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탄식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9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창원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창원시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 대통령 구속과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같은 날 ‘나라사랑연합회’ 주최로 열린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김승권 기자/
9일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창원광장에는 보수 성향인 나라사랑연합회 주도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측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은 각하다’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탄핵 무효”, “윤석열 대통령 만세” 등을 외치며 결집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명, 경찰 비공식 추산 400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복귀한 데 대해 안도감을 드러냈다.
정영숙(66·진해구)씨는 “그동안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다”며 “국민들 단결이 더 필요한 때”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서보근(64·마산회원구)씨도 “윤 대통령은 올바른 법으로 구속된 것이 아니고 납치됐던 것”이라며 “석방은 결국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호(32·성산구)씨는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선거관리위원회 조사가 다시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부정선거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과 시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정쌍학 도의원은 “온 국민이 탄핵 공작의 진실을 알게 됐다”며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각하라”고 외쳤다. 단상에는 김순택, 이재두, 진상락, 백태현, 박남용, 박해영 등 도의원 7명이 올라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도의원들과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헌법재판관 탄핵을 촉구하는 발언 등으로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된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김우진 원내대표, 이천수, 구점득, 박승엽, 홍용채, 서영권, 이정희, 김미나, 남재욱, 성보빈 등 시의원들도 다수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경남비상행동) 등 진보 단체가 주도한 탄핵 찬성 집회도 전날에 이어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경남비상행동은 탄핵 반대 측과 10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 긴급 규탄 창원대회’를 열었다.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었던 경남비상행동은 전날 윤 대통령 석방 소식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선고 때까지 매일 창원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오후 5시께 광장에 모인 탄핵 찬성 측은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 파면’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파면”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을 규탄하고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찬성 측 집회에는 탄핵 찬성 주최 측 추산 250명, 경찰 비공식 추산 200명이 참석했다.
국립창원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이다영(24)씨는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하기 위한 국민의 노력을 법원이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2·3 비상계엄 직후 열린 주말 집회부터 매주 참가했다는 이관희(37·진해구)씨도 “사법권이 무너진 것 같아 암담했다”며 “거리 투쟁이 이어지고 있으니 광장을 계속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26·의창구)씨는 “검찰도 한 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연(58·의창구)씨는 “오늘부터 매일 집회가 열린다고 해 참석했다”며 “구속기간을 산정하는데 계산을 잘못했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같은 장소인 창원광장에서 맞물려 열리자, 혹시 모를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광장 중앙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차벽을 세웠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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